반짝반짝

가라앉다가 우연히 떠오르는 순간

본가 집에서 출근을 좀 일찍해서 회사 옆 카페에 앉아 글을 쓴다.
1박2일 머무를 계획이었던 본가에서 1박을 더 한 이유는 나의 무기력증이다. 이 무기력증은 어마어마한(이렇게 표현하기에 자존심 상하지만)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특히 본가 내 방에 있을때면 가끔 날 찾아오는데 그때 난 속수무책이다. 그 어둡고 질뻑이는 기운이 온 집안에 영향을 미친다. 엄마도 함께 그렇게 느끼진 않을까, 그게 염려스럽고 또 미안하다.

난 정말 20대때 그런 날들이 많았다. 답이 없었다. 뭘 해야할지 몰랐다. 그저 그저, 뻐길 뿐이었다. 땅을 파며. 뭘 생각해야할지, 어떻게 생각해야하는지, 어떻게 마음을 먹고 또 어디서부터 움직여야하는지 잘 모르겠었다. '그런데 여전히 그 모습을 기어코 기어코 기억해냈네.' 오랜만에 그 모습을 보니 조금 당황스럽고, 또 이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겨우 집 밖을 나가 한참을 매서운 겨울 추위에 날 걷게 한다음, 그 다음 몸이 추위에 떨리고 힘이 빠져나가는 순간 나와 협의했다.

‘그 쯤이면 됐다.’ ‘지쳤다. 들어가자.’ ‘집들어가기 창피해.’

방황의 끄트머리 쯤 내가 내 자신에게 한 이야기들이다. 나의 정신은 몇살에 멈춰있는 걸까.

엄마와 아빠는 익숙한 내 모습에 조용히 곁에 있어주셨다. 계속 가라앉고 있다가 우연하게 숨이 쉬어지고 9시에 그러니까 일요일 밤 9시에 저녁을 먹으러갔다. 밤 늦게 먹으면 소화도 다 안될텐데 운전을 못하는 아들을 데리고 집에서 꽤 거리가 있는 돼지국밥집까지 가주셨다. 따뜻한 국물, 시원한 냉면! 맛있었다. 가는 길이 추웠는데 마음이 따뜻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다. 난 확실히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 근 몇년동안 부리지 않았던, 아니 부리지 못했던 어리광 말이다. 계속해서 바닥에 슬픔을 가지고 있다.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맛있게 먹고오니 기운이 났다.

그 따뜻함에 취해 약한 점, 취약한 점, 아픈 점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에게 다시 호기심이 생겼다. 다시라고 하는 것은 난 가끔 이 집에 살 때 그랬기 때문에. 아니면 요즘도. 그런데 이 호기심이 어떤 위선일까. 아니면 자만일까. 여러 생각을 하고 반성도 많이 해보았는데 음.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생각의 흐름이 순조로운 느낌이다. 쉽게 되는 느낌.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왠지 모르게 잘 알고있는 길을 걸어가는 느낌이랄까.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내려봐서가 아닌 자만이 아닌. 같은 선상에서 있다고 생각하나. 어쩌면 나는 나를 장애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계속 해서 도움이 필요한? 어찌됐든 그렇게 생각이 든다. 잘 안됐다. 이 집에서는 늘 뭐가 잘 되진 않았다. 마음이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빙빙 돌거나, 가라앉거나 그 중 하나였다. 그렇게 시작한 나의 마음에서 실마리 같은 해결방법이 나왔는데 그것은 나의 능력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그냥 그저. 우연히 그렇게 된 것 같았다.

꿈을 꿨는데 화사가 나왔다. 화사가 얼마나 이런 나에게 힘이 되는지 얼마나 잘 맞는지 열심히 주장하며 잠이 깼는데 그 느낌이 너무 쉽고 딱딱 맞아서 좋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아무 생각도, 내 존재에 대해 아무 확신이 없을때 냈던 그 노래처럼 나도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데 어쩌면 너무 길게 보내고 있는거 아닐까. 왜 이렇게 그 시간이 길까.

난 병원에 가야할까. 병원에 가기에는 꾸역꾸역 잘 해내고 있다. 무려 1시간 일찍 회사 앞 카페에 와서 카페에서 이런 글도 쓰고 있잖아. 그렇지만 나를 얼마나 부정하고 그 시간 속에서 또 얼마나 우연하게 날 긍정해서, 날 끌어올려서 잘 살아낼 수 있을까. 이렇게 사는게 맞는걸까. 그래도 이건 괜찮다. 힘들 수 있고, 힘든 세상 속에서 계속해서 이어가야할 무언가를 찾아가며 사는게 인생이라고 생각이 든다. 나는 그 무언가를 늘 힘들게 힘들게 끝끝내 찾아내며 살았다. 짝짝짝! 그래. 그런 체력전은 강했는데 난 나를 많이 괴롭혔다. 날 괴롭히는 것이 날 끌어올리는 그 과정 속엔 있었더라도 냉정하게 말하자면 도움이 되진 않았다. 그건 알고 있다. 물론 그 과정속에 날 괴롭히는 것이 늘 함께 했으니 헷갈렸을까.

앞으로 나는 어디에 발을 놓이고 서야하고, 또 살아야할까.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가슴 뛰는 것. 난 아직도 그런 꿈같은 이야기를 쫒고있는게 아닐까. 안그랬으면 좋겠는데 계속 그러고 있는걸까. 현실적이지 못한걸까. 맞다. 현실적이지 못하다. (오늘 글은 그 뭐랄까. 의식의 흐름 그 자체) 내가 현실적이었던 적이 얼마나 있었다고. 난 늘 현실적이지는 못했다. 오히려 좋아. 거기서 오는 에너지를 사랑한다. 거기에서 오는 시너지를 사랑한다. 이왕 이런 현실에서라면(부정적인 의미에서의 현실) 현실적이지 못하게 사는게 좋겠다. 그 에너지를 잘 불태워보는 게 좋겠다. 또 글을 쓴만큼 내게 성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글에 나오는 존재 모두 하나도 빠짐 없이 사랑한다.

Thoughts?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