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외로움으로 맺어진 관계

나에게 건강한 관계는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제 새벽까지 술 마시고 있는 친구와 톡을 나누었다. 서로 원하는 것만 넌지시 건네며 톡을 나눈건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 주장만 했는지 뭘 한건지 알 수가 없다. 나는 테라플루를 한잔하고 졸린 눈을 비벼가며 그렇게 톡을 이어나갔다. 무엇을 원했는지 알 수 없다.

가만히 생각해본다. 진짜 원하는게 없었을까. 연애 비슷한 감정이었을까, 아니면 섹스였을까. 아니면 사랑받고 싶은 것이었을까. 어떤 끈을 놓지 못하고 이어지던 대화는 나의 선잠으로 마무리 되었고 그는 내게 결국 부재중 통화 3통을 남겼다. 이런 지지부진한 관계들을 정리하고 싶은 1월이었는데 정리하지 못한 한명과의 관계가 이렇게 이어지다니. 옅은 한숨이 나온다. 내가 단호하지 못했던 걸까. 아니면 그저 지독하게 외로웠던 탓일까. 외로움은 요 근래 내가 끊지 못하고 잘도 이어가는 것 중에 하나다. 꾸준히 2026년에 이어온 나의 습관 같은 것.

아무튼, 이 관계는 내게 무엇을 남길까. 생각해본다.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아무리 써내려가도 오늘은 답이 나오지 않는다. 꽤 어려운 문제인걸까. 내가 어렵게 가져가는 것일까. 그냥 이런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감각만 존재한다.
이 시간들이 순간순간의 나를 만들어내 생각하게 한다. 외롭다. 잘 살고 싶다. 원하는 것을 정확히 하고 싶다. 깊은 마음에서 또 외친다.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 기대고 싶다. 그런데 쉽지가 않다.

어제 밤부터 집 벽에 물소리가 심하다. 어디선가 누수가 생긴 것 같은데 그게 날 이렇게 만든 것 같아 원망스럽다. 분명 좋은 조건이라 생각해서 내가 계약한 집이지만 "좋은 조건"이 아닌 부수적인 흠이 참 많은 집이었다. 누수, 소음, 집의 애매한 크기, 집주인 등. 인생과도 비슷하다. 좋은 조건으로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좋은 조건이 아닌게 참 많다. 끝이 나지 않는 외로움, 죽음, 불안, 좋다고 볼 수도 없고 또 끊기에도 애매한 관계들. 이 모든걸 끌어안고 살아야하다니. 솜이 물을 머금은듯 무게가 느껴지는 토요일 아침이다. 그래도 토요일 아침인게 어디냐. 쪼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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