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대만여행

대만을 다녀왔다. 타이페이에 4박5일동안 머물렀다. 혼자 있는 시간은 여전히 지치고 우울했다. 지지부진한 느낌. 한해동안의 성적표를 받는 것 같아서 괜히 의기소침해졌다. 그래도 이번에는 다른 친구들이 많았다. 우연히 후배의 가족여행과 겹쳐서 함께 시내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었고 제리는 오며가며 우리집 앞, 현지인들의 아침맛집, 카페, 한국인은 안올 것 같은 술집 등 괜찮은 곳이란 괜찮은 곳은 모두 데려가 날 설레게했다. 너무 맛있었고(기억은 조작되는 것 같다.) 기분이 좋았다. 특히 제일 설렜던 것은 제리 뒤에서 스쿠터를 탔던 기억. 그런데 내가 그렇게 설레면 안되는 사람이여서 슬프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 친구는 애인도 있었다. 또 여행지에서의 인연이 이어져 현실로 돌아왔을때 큰 힘이 될까 고민해보면, 오히려 현실적이지 못하고 현실에서 적응을 할 수 없게끔 만들 것 같기도 하다. 내 그런 사소하지만 무거운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리는 매일 먼저 톡을 하고, 내 숙소까지 와주고, 데려다주었다. 내 고민을 알아주거나 적어도 모르는체 하는건 아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말을 아꼈다. 진심으로 날 위해주는 친구에게 후회할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난 두려운게 많은 나이였을까. 왜 그렇게 두렵고, 슬프고, 변덕스럽고 그랬는지. 또 갑자기 기분이 좋고 예쁘고, 새롭고, 설레는건 왜 그렇게 많은지. 비는 오는건지, 마는건지. 우산을 써야할지, 말아야할지. 어플알람을 끌지, 지워야할지, 말아야할지까지 모든게 뒤섞여있는 4박5일이 지나갔다.

PS. 첫날 공항. 회사에서 바삐 적은 입국신고서에 내 여권번호가 잘못기입되어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입국이 지연되었다. 뒤에는 오지랖 넓고, 성미가 급한 한국분들이(선입견은 좋지 않다.) 줄줄이 기다리고있었고, 난 한쪽으로 비켜서서 다시 해보지만 잘 안되었다. 캐리어 없이 백팩 하나를 매고 온 나는 백팩의 무게가 상당했지만 그 무게가 생각이 안날만큼 당황한 상태로 서서 몇번 다시 시도했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주변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다시' 실패했다. 난 가방을 내려두고, 나에게 되뇌었다. 괜찮아. 안망했어. 여기 온 것이 이미 성공이야. 할 수 있을꺼야. 내려놓은 듯 편하게 앉아서 다시 시도했고 이번엔 단 한번에 입국이 완료 됐다. 옆에서 오류가 난 다른 한국인 커플에게 조언을 해줄까 고민(오지랖 넓은 한국인)하다가 나오는 내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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